[카드1]2025년 단체교섭 기록-④조문별 실무교섭, 무엇을 하나씩 확인했나

조문별 실무교섭, 무엇을 하나씩 확인했나

지난 글에서 7월 14일 제4차 본교섭에서 양측이 실무교섭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큰 그림 차이를 확인했으니, 이제 조항 단위에서 한 줄씩 들여다볼 시간이라는 합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합의 직후 약 한 달간 ─ 2025년 7월 21일 제2차 실무교섭부터 8월 18일 제5차 본교섭까지 ─ 실무교섭 4회와 본교섭 1회가 연달아 진행된 시기를 다룹니다.

이 한 달이 단체교섭 9개월 중 가장 많은 작업이 이루어진 구간이었습니다. 단체협약 100여 개 조항이 거의 다 이 시기에 한 번씩 책상 위를 지나갔습니다. 어떤 조항은 의견이 가까워졌고, 어떤 조항은 표현 차이가 좁혀졌으며, 어떤 조항은 양측의 입장 차이가 더 분명해졌습니다.


실무교섭은 단체협약을 실제로 만드는 자리입니다

본격적인 흐름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를 짚고 가야 하겠습니다. 실무교섭이 무엇을 하는 자리였는가, 그리고 왜 그 자리가 그토록 중요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본교섭이 교섭의 큰 방향과 주요 쟁점을 확인하는 자리라면, 실무교섭은 그 내용을 실제 조문으로 다듬어가는 자리입니다.

단체협약은 결국 문장으로 남습니다.

어떤 표현을 넣을 것인지,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범위까지 적용할 것인지, 어떤 절차를 명확히 할 것인지에 따라 조합원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권리와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문별 실무교섭은 단순히 문서를 검토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조합활동의 기준을 하나씩 확인하고,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줄이고, 합의 가능한 조항과 의견 차이가 남는 조항을 구분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7월 21일, 제2차 실무교섭 ─ 조문별 검토가 시작되다

2025년 7월 21일 오전 10시. 본점 회의실에 양측이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이날부터 회의의 자리가 본격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이전까지의 본교섭이 노사 양측 대표들이 함께 참석하는 공식 자리였다면, 이날부터의 실무교섭은 노측에서 지회장과 부지회장, 사측에서 교육지원상무와 인사팀장 ─ 실무 책임자 4인이 마주 앉는 작업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더 솔직한 대화가 가능한 자리, 그리고 한 조항을 두고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회의는 약 2시간 진행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다뤄진 조항은 제1조부터 제17조까지였습니다. 단체협약 한 장(章)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그리고 이날 첫 번째 본격적인 충돌이 등장했습니다.

제7조 [규정의 제정과 개정]에서였습니다. 노측은 회사가 취업규칙이나 사내규정을 제정·개정할 때 “노동조합과 합의하여야 한다” 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사측은 같은 자리에 “협의” 라는 표현을 제안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사측 인사팀장은 “왜 합의를 해야 하는가, 왜 동의를 거쳐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반수 직원이 찬성해서 규정을 개정한다면, 왜 다시 노조와 합의 또는 동의를 거쳐야 하는가 하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이에 노측 지회장은 답했습니다. 단체협약은 사규와 다른 차원의 약속이고, 단체협약에서 정한 절차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규정을 바꿀 수 있다면 단체협약의 의미 자체가 흔들린다는 답이었습니다.

한 단어 차이가 왜 그토록 중요한가

7월 21일 그날의 충돌은 한 조항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자리에서 드러난 차이는 단체협약 전체에 흐르는 원칙이었습니다.

단체협약 조문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문장을 비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문장도 실제 적용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협의한다”와 “합의한다”는 다릅니다.
“할 수 있다”와 “하여야 한다”도 다릅니다.
“필요한 경우”라는 표현과 “노사 협의에 따라”라는 표현도 실제 적용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단체협약 조문은 나중에 현장에서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문구 하나가 조합원 권리의 강도와 절차의 명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자리가 9개월 교섭의 핵심 쟁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첫 자리였습니다. 이후 이 합의 / 동의 / 협의 의 한 단어 차이는 거의 모든 조항에서 다시 등장했고, 매번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그 한 단어에서 갈라졌습니다.


7월 29일, 제3차 실무교섭 ─ 회의록을 남기자는 제안

2025년 7월 29일. 약 일주일 만의 두 번째 실무교섭. 이날 회의 시간은 약 3시간 40분으로 길어졌습니다(점심시간 포함, 1회 정회).

이날 노측은 한 가지 제안으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좀 회의가 유의미하려고 그러면 조금 정리가 필요한 것 같아가지고, 제가 간단하게 이렇게 회의록 같은 거 하나 만들었거든요.”

지회장은 직접 정리한 회의록 형식의 자료를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지난번 회의에서 어떤 조항이 어떻게 논의되었고, 어떤 부분에서 양측이 가까워졌는지를 정리한 자료였습니다.

지회장은 덧붙였습니다. “제 딴에는 객관적으로 쓴다고 썼는데 혹시 한번 보시고 왜곡됐거나 잘못 쓴 게 있으면 수정해서 정리했으면 어떨까 싶다” 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제안은 사측에서 “회의록이라는 명칭은 부담스럽다” 는 의견이 나오면서 노측 자체 정리 자료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논의된 내용을 어떤 형태로든 남겨야 한다” 는 인식이 양측 모두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의견일치된 조항을 어디까지 누적해 갈지, 그것이 다음 단계의 핵심 작업이 될 것이었습니다.

이날 다뤄진 조항은 제18조부터 제90조 부근까지였습니다. 한 회차에 70개 이상의 조항을 짚어가는 빠른 호흡이었습니다. 이 시기 실무교섭이 조문 한 줄 한 줄을 합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양측의 입장이 어디서 가까워지고 어디서 갈라지는지를 일단 한 번 다 짚고 가는” 자리였다는 점이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8월 5일, 제4차 실무교섭 ─ 양측이 익숙해지다

2025년 8월 5일 오후. 이번에는 약 1시간 40분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회의록의 첫 부분에는 인상적인 풍경이 있습니다. 회의 시작 전 양측이 휴가 이야기, 자녀 이야기, 군 복무 시절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사측 교육지원상무가 자신이 “논산 27년 전” 입대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노측 지회장이 “저는 30년대에 나왔습니다” 라고 화답하는 자리. 단체교섭이 시작된 지 약 두 달 반이 지난 시점에서, 양측 실무 책임자들이 회의 시작 전 짧은 사담을 나눌 정도로 자리에 익숙해졌다는 신호였습니다.

이 익숙함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5월 12일 첫 본교섭의 “어색한 분위기와 약간의 긴장감” 이 두 달 반 만에 풀려, 회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양측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는 자리가 된 것이었습니다. 본교섭 7회와 실무교섭 11회가 이런 토대 위에서 가능했습니다.

이날 다뤄진 조항은 단체협약 후반부 조항들이었습니다. 인사, 임금, 휴가, 복리후생 영역으로 들어갈수록 양측의 검토가 더 깊어졌고, 조항당 논의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단체협약에는 조합활동, 근로조건, 임금과 수당, 휴가, 복리후생, 인사, 징계, 고충처리, 교육, 안전 등 여러 영역이 담겨 있는데 ─ 각 영역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무시간과 휴가는 조합원의 생활과 직접 연결되고, 인사와 고충처리 절차는 공정한 조직 운영과 연결되며, 복리후생은 조합원의 생활 안정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조문별 검토는 한 조항씩 확인하면서도 전체 단체협약의 균형을 함께 보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8월 11일, 제5차 실무교섭 ─ “오늘 다 정리합시다”

2025년 8월 11일 오후. 약 1시간 30분.

이날 노측 지회장의 첫 마디가 인상적입니다.

“네 번째 실무 교섭 시간인데 최대한 오늘 다 정리해가지고요. 마무리 짓고 정리본을 갖다가 이제 다음 주에 있을 본교섭에서 조금 정리했으면 좋다는 취지로 먼저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이날 노측은 제1조부터 제122조까지의 정리본을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지난 4회의 실무교섭에서 다뤄진 조항들을 정리한 자료였습니다. 이날의 목표는 남은 제123조부터 제160조까지, 그리고 부칙 약 10개 조항을 모두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목표였습니다. 약 50개 조항을 1시간 반에 짚어내야 하는 호흡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양측이 이 시점까지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한 번 다뤄진 조항들의 결, 양측의 일반적 입장, 합의 가능한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에 대한 감각이 양측에 함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다뤄진 조항들에는 흥미로운 자리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123조 [취미 활동 보좌] 에서는 노측이 “농협의 동호회 지원 규칙에 의해 지원금을 지원한다” 라는 한 줄만 단체협약에 들어가면 사규의 구체 내용은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사측도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런 자리가 의견일치로 가는 조항이 됩니다.

반면 제125조 [복리후생 시설] 에서는 보육시설 설치 같은 항목에 대해 양측이 농협의 재정 현실과 효용성을 함께 검토하면서 “강제로 설치해 달라 할 상황은 아니다” 라는 인식을 노측이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단체교섭이 단순히 노측 요구를 모두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라, 현실적 균형을 함께 찾아가는 자리라는 점이 이런 대화에서 드러납니다.

이날 회의 끝에 양측은 8월 18일 제5차 본교섭에서 의견일치 조문을 정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8월 18일, 제5차 본교섭 ─ 의견일치 조문 누적이 시작되다

2025년 8월 18일 월요일 오후 1시 22분. 약 한 달 만에 다시 본교섭이 열렸습니다. 노사 대표가 다시 모였습니다.

이날 회의의 첫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노측 부울경본부장이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무 교섭 안에 합의된 부분도 있고 서로 더 조정해야 될 부분도 있고 하니까, 오늘 이 자리는 실무에서 합의된 내용을 한 번 다시 확인하도록 하고, 그다음에 미합의된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새로 교섭을 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되어 가지고 빨리 이 교섭 일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진 사측 상임이사의 화답도 같은 결이었습니다 ─ “서로 간에 좀 더 원만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같이 상호 노력하도록 하겠다” 는 뜻이었습니다.

이날의 본격적 작업은 곧이어 시작되었습니다.

노측 부울경본부장은 노트를 펼치고 약 50개 조항을 차례로 호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20조 노동조합비 일괄공제. 제25조 경영의 공개와 자율성 확보. 제26조 적정 인력 확보. 제32조 우선 채용 삭제. 제38조 승진·승급. 제39조 표창. 제46조 징계의 종류 및 효력. 제54조. 제56조 임금의 결정. 제59조 비상시 지불. 제62조 휴가의 종류. 제65조 청원 휴가. 제66조 명령휴가. 제67조 근속 연수 계산. 제68조 연차 휴가와 관계. 제70조 연장근로. 제71조 연장근로 휴일 업무. 제72조 연장근로에 대한 상호 협조. 제81조 정년퇴직. 제82조 해고 금지. 제83조 육아휴직…

호명은 한참 이어졌습니다. 제107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징계, 제112조 개인 정보 거부권, 제116~119조 안전보건 시리즈, 제124조 직장 체육, 제128~132조 복리후생 시리즈, 제135~141조 퇴직금 시리즈, 제146조 교섭의 원칙, 제149조 교섭 부기, 제153조 노동 개입의 원칙, 제158~160조 쟁의 시리즈, 그리고 부칙 4조부터 10조까지…

이 호명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습니다. 이 모든 조항이 4회의 실무교섭을 거쳐 사측이 “수용 또는 유지”로 답한 조항들이었던 것입니다. 양측의 입장이 처음부터 가까웠거나, 실무교섭 과정에서 조정되어 가까워진 조항들. 그날 노측이 호명한 조항만 약 50개, 단체협약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분량이었습니다.

노측은 이 조항들을 “일단 잠정합의로 보고 정리하자” 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야 미합의 쟁점 조항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다만 노측은 두 조항 ─ 제25조와 제54조 ─ 에 대해서는 “삭제 부분 유보”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삭제하자고 했지만, 다시 검토해 보니 “단순하게라도 문구가 좀 들어가는 게 좋겠다” 는 판단으로 입장을 변경한 자리였습니다. 노측 스스로 자기 입장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해 들어왔다는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가 단체협상의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양측은 이날 합의한 약 50개 조항을 “제1차 의견일치조문” 으로 묶어 정리하기로 했고, 이후 교섭은 남은 미합의 쟁점에 집중하는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이 정리가 9일 후 8월 27일 제1차 의견일치조문 정리 작업으로 이어졌고, 그 작업이 다음 글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한 달이 만든 것 ─ 무엇이 정리되었나

7월 21일에서 8월 18일까지의 약 한 달은, 단체교섭 9개월 중 가장 두꺼운 작업이 이루어진 구간이었습니다. 그 작업의 본질을 한 번 짚어두어야 하겠습니다.

첫째, 단체협약 100여 개 조항이 거의 다 한 번씩 책상 위를 지나갔습니다. 4회의 실무교섭에서 노측 지회장과 부지회장, 사측 교육지원상무와 인사팀장이 조항 하나하나를 짚으며 양측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어떤 조항은 의견이 가까웠고, 어떤 조항은 표현이 다를 뿐이었으며, 어떤 조항은 입장이 정면으로 갈렸습니다.

둘째, 합의/동의/협의의 한 단어 차이가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7월 21일 제2차 실무교섭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드러난 이 한 단어 차이는, 이후 거의 모든 조항에서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셋째, 양측이 함께 작업하는 호흡이 자리 잡았습니다. 회의 시작 전 사담을 나눌 만큼 익숙해졌고, 노측이 회의록 정리 자료를 가지고 들어가도 사측이 “노조 자체 정리” 로 인정해 주는 신뢰가 형성되었으며, 한 회차에 50개 조항을 짚어가는 빠른 호흡이 가능해졌습니다.

넷째,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 의견일치 조문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습니다. 8월 18일 제5차 본교섭에서 노측이 약 50개 조항을 호명하며 “잠정합의로 묶자” 고 제안한 자리가, 이후 9개월 교섭의 핵심 작업 방식이 되었습니다. 합의되는 것은 누적해 두고, 남은 쟁점에 집중한다. 이 작업 방식이 8월 18일에 시작된 것입니다.


이 한 달이 의미한 것 ─ 왜 그렇게 두꺼웠나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한 달이 왜 그토록 무거운 작업이었는지에 대한 답입니다.

지회가 조문별 실무교섭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기준은 한 가지였습니다 ─ 이 조항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가.

좋은 표현처럼 보이는 조항도 실제 적용 기준이 불명확하면 현장에서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짧은 조항이라도 권리와 절차가 분명하면 조합원에게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단체협약은 좋은 취지의 문장을 많이 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문장이어야 하고, 해석의 여지를 줄일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하며, 조합원이 필요할 때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조항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회는 각 조항을 보며 다음을 계속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조합원이 이 조항을 근거로 자신의 권리를 확인할 수 있는가.
사측과 해석이 달라질 여지는 없는가.
기존 사내규정과 충돌하거나 모호한 부분은 없는가.
노사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충분히 협의 절차로 남아 있는가.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지회가 이 조항을 근거로 대응할 수 있는가.

이런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조문별 실무교섭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줄 한 줄이 그저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기준으로 다듬어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두겠습니다

이 시기를 다루면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한 달간 실무교섭 4회를 진행한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노측 지회장과 부지회장은 본업과 병행하면서 매주 한 번 회의에 들어가야 했고, 회의 전후로 자료를 검토하고 정리해야 했습니다. 사측 교육지원상무와 인사팀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모든 사람이 본업이 따로 있는 상태에서 단체교섭이라는 추가 작업을 짊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양측이 이 호흡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첫째, 이번 단체교섭이 늦어지면 그 부담이 결국 모두에게 돌아온다는 인식이 양측에 있었습니다. 9개월의 교섭이 길어 보일 수 있지만, 협상이 더 길어졌다면 부담은 더 컸을 것입니다.

둘째, 한 번 잡은 호흡을 놓치면 다시 잡기 어렵다는 점을 양측이 알고 있었습니다. 7월 14일 “실무교섭 중심으로 전환” 합의 이후 약 한 달간 실무교섭 4회를 연달아 한 것은, 그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양측 모두의 의지였습니다.

노측의 약속, 사측의 응답, 그리고 양측의 끈기 ─ 이 세 가지가 합쳐져 한 달간 단체협약 100여 개 조항이 한 번씩 책상 위를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작업이 없었다면, 9월 이후의 의견일치 조문 누적도, 12월의 잠정합의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문 뒤의 의미 ─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조합원 여러분께서 단체협약 조문을 모두 직접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문은 딱딱하고, 문장은 길 수 있으며, 법률적·제도적 표현도 많습니다.

하지만 조문 뒤에는 조합원의 생활과 권리가 있습니다.

휴가 하나, 절차 하나, 협의 기준 하나, 조합활동 시간 하나가 실제 현장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조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검토되었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이후 메인 시리즈의 “조문별 상세 해설” 글에서는, 단체협약의 주요 조항이 조합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하나씩 더 자세히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단체협약은 결과만 보면 한 권의 문서입니다. 그러나 그 한 권이 만들어지기 위해 거쳐야 했던 작업을 함께 보아야, 그 협약의 의미가 제대로 보입니다. 이 한 달이 그 작업의 가장 두꺼운 자리였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글에서는 7월 21일에서 8월 18일까지 약 한 달간, 실무교섭 4회와 본교섭 1회가 연달아 진행된 시기를 다뤘습니다.

이 한 달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단체교섭이 추상적 입장에서 구체적 조문으로, 큰 그림에서 한 줄 검토로 들어간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의 결과가 8월 18일 제5차 본교섭에서 약 50개 조항을 의견일치로 묶는 첫 정리로 이어졌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정리가 어떻게 더 두텁게 쌓여갔는지를 다루겠습니다. 8월 27일 제1차 의견일치조문 정리를 시작으로, 9월 한 달간 노측 1차 수정안과 긍정검토 조문 정리, 그리고 9월 16일 제9차 실무교섭에서 합의·긍정검토·미합의·전제조문 4분류 정리까지 ─ 단체협상이 가장 두텁게 쌓인 한 달의 작업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지회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는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과 판단을 조합원 여러분께 차분히 기록하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중울산농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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