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1]2025년 단체교섭 기록-③사측 제시안은 무엇을 보여주었나
사측 제시안은 무엇을 보여주었나
지난 글에서는 2025년 단체교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2025년 4월 교섭 요구를 시작으로, 교섭요구 사실 공고와 교섭 주체 확정 절차가 진행되었고, 5월 12일 제1차 본교섭, 6월 9일 제2차 본교섭과 기본합의서 체결을 거쳐 교섭의 기본 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다음 단계 ─ 사측 제시안이 도착하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처음으로 분명해진 시기를 다룹니다. 2025년 6월 23일 사측 1차 제시안 제출에서 7월 14일 제4차 본교섭에서 실무교섭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시점까지, 약 3주의 시간입니다.
사측 제시안은 단순히 사측이 작성한 문서 하나가 아닙니다. 노측 요구안에 대해 사측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다르게 보았으며, 어떤 부분을 조정하거나 제한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따라서 사측 제시안을 보는 일은 단순한 문구 비교가 아니라, 이번 단체교섭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시기에 결정된 것들이 이후 7개월 교섭의 성격을 좌우했습니다.
한 가지 짚고 들어갑니다 ─ 왜 사측 제시안 본문을 인용하지 않는가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이 가진 한 가지 제약을 먼저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사측이 제출한 제시안 자료에는 “보안 必, 사전 동의 없이 제3자 제공·복제 및 내용의 변형이 불가함” 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사측이 외부에 의뢰한 노무법인의 법률분석 자료라는 성격 때문입니다.
지회는 사측 자료의 본문을 직접 인용하지 않습니다. 양측이 신뢰의 토대 위에서 9개월의 교섭을 진행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본합의서 제4조의 “교섭 진행 중에는 노사 간 합의된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며, 기타 쟁점현안 등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대신 이 글에서는 사측 제시안이 어떤 구조였는지, 어떤 경향성을 가졌는지, 노측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조합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큰 그림으로 풀어드리겠습니다.
6월 23일, 사측 1차 제시안이 도착했다
2025년 6월 23일, 사측이 1차 제시안을 노측에 제출했습니다. 6월 9일 제2차 본교섭에서 양측이 합의한 일정 ─ “6월 24일까지 사측 제시안 제출” ─ 보다 하루 앞당겨진 시점이었습니다.
이 자료를 받아 든 노측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자료의 형식이었습니다.
사측 제시안은 사측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새로운 단체협약안이 아니었습니다. 외부 노무법인이 노측 요구안을 분석한 후 그에 대한 의견을 정리한 자료였습니다. 자료의 구조는 4단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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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 |
2단 |
3단 |
4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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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단체협약 |
2025년 노측 요구안 |
회사 제시안 |
비고 (법률분석) |
이 형식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습니다. 사측은 노측 요구안의 각 조항을 한 줄 한 줄 검토한 뒤, 어떤 조항은 받아들일 수 있고, 어떤 조항은 수정이 필요하며, 어떤 조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조항별로 표명한 것이었습니다.
비고란에는 노무법인의 법률분석 의견이 들어 있었습니다. 노조법, 근로기준법, 그 밖의 법령과 판례에 비추어 각 조항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였습니다. 사측이 단순히 “받아들인다 /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아니라,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며 자기 입장을 정리해 왔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사측 제시안이 보여준 큰 그림
자료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검토하면서 노측이 받은 인상은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수용불가” 표시가 들어간 조항이 일부 있었습니다. 노측 요구안 중 사측이 분명히 거부한 조항들입니다. 그 거부의 근거로는 노조법, 근로기준법, 농협의 운영 현실, 다른 농협의 사례 등이 함께 제시되었습니다. 거부 자체보다 더 무거웠던 것은 그 거부가 법률적 근거 위에 서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둘째, 다수의 조항에서 “협의” 또는 “동의”라는 단어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분명히 보였습니다. 노측은 여러 조항에서 “노동조합과 합의하여야 한다” 또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사측은 같은 자리에 “노동조합과 협의한다” 또는 “노동조합의 의견을 듣는다” 같은 표현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차이가 법적으로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합의는 양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습니다. 협의는 의견을 듣되 최종 결정은 한쪽이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문장 안에 들어가는 “합의 / 협의” 한 단어 차이로 권한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단어 하나하나가 9개월 교섭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셋째, “유리조건 우선”, “산별협약 우선” 같은 노측의 핵심 원칙 조항에 대해 사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단체협약을 사규보다 우선 적용하는 원칙 자체는 노조법이 정한 것이지만, 그것을 협약 본문에 어디까지 어떻게 명문화할지에 대해서는 양측이 다르게 보았습니다.
넷째, 농협 개혁, 사회적 책무, 경영 공개 같은 노측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사측이 “삭제”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노측이 단체협약의 영역으로 본 사안에 대해 사측은 단체협약의 영역을 넘는다고 본 자리들이었습니다. 이런 큰 그림이 노측에게 무엇을 의미했는가. 사측은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세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자기 입장을 법적·실무적 근거 위에 단단히 세워서 들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측 입장에서는 결코 가벼운 협상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이때 분명해졌습니다.
핵심은 “무엇을 단체협약에 남길 것인가”였습니다
사측 제시안을 검토하면서 지회가 가장 중요하게 본 질문은 한 가지로 모입니다.
조합원에게 중요한 기준을 어디까지 단체협약에 담을 것인가.
어떤 내용은 이미 법이나 규정에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과 규정에 있다고 해서 단체협약에 담을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해석 차이가 생길 수 있거나, 조합원의 권익과 직접 연결되는 내용은 단체협약에 분명히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체협약에 담긴 문장은 노사가 함께 확인한 기준이 됩니다. 나중에 사람이 바뀌거나 상황이 달라져도, 조합원은 그 문서를 근거로 자신의 권리와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회는 사측 제시안을 보며 단순히 “이 조항이 들어갔는가, 빠졌는가” 만 보지 않았습니다. 더 깊은 질문을 함께 던졌습니다.
이 조항이 빠지면 조합원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가.
이 문구가 바뀌면 실제 적용 과정에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가.
사내규정에 맡기면 조합원 권리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는가.
교섭 과정에서 다시 요구하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매 조항마다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측의 큰 그림 차이가 분명해진 만큼, 그 차이가 어디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영역별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세 가지 쟁점이 보였습니다
큰 그림의 차이를 영역별로 들여다보면, 특히 무겁게 다뤄야 할 세 가지 쟁점이 보였습니다.
① 적용 범위와 조합원 보호 기준
단체협약이 누구에게, 어떤 범위로, 어떤 기준에 따라 적용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노측은 조합원이 단체협약의 보호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려 했습니다. 반면 사측은 일부 영역에서 기존 제도나 사내규정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문구 차이가 아닙니다. 단체협약이 조합원의 권리를 직접 보호하는 기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일부 내용은 다른 규정에 맡겨 해석의 여지를 남길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특히 계약직, 비정규직, 직제와 직무, 인사와 처우 등과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습니다. 지회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 기준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고 보았고,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처우가 불합리하게 나뉘지 않도록 단체협약의 적용과 균등한 기준을 중요한 쟁점으로 보았습니다.
② 조합활동 보장
사측 제시안은 조합활동 보장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은 단체협약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입니다. 교섭 참석, 노사협의회 참석, 고충처리, 조합원 상담, 교육, 회의 등은 조합원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활동입니다.
지회는 조합활동이 형식적으로만 보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조합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시간, 절차, 승인, 업무상 제약이 과도하게 붙으면 조합활동은 위축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측 제시안은 조합활동에 대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사전 통지, 사전 협의 등 조건을 붙이는 방식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사업장 운영과 업무 질서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조합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회는 조합활동 보장 조항을 단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실제로 기능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③ 삭제되거나 조정된 조항
사측 제시안에서 일부 조항은 삭제되거나 축소·조정된 형태로 제시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지회가 특히 주의 깊게 본 대목입니다.
사측이 삭제 또는 조정을 제시한 조항들은 단순히 “불필요한 문장” 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조항들 중에는 조합원의 권익 보호, 차별 방지, 인권 보호, 고충처리, 복리후생, 일·가정 양립,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등과 연결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요구가 그대로 단체협약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교섭은 요구와 조정, 수용과 수정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지회는 삭제되거나 조정된 조항을 보며 그 이유와 영향을 따져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 이 조항이 빠져도 조합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다른 규정으로 충분히 보완되는지, 협약에 남겨야 할 최소한의 기준은 무엇인지, 다음 교섭이나 노사협의회에서 다시 다뤄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이런 점에서 사측 제시안은 남은 쟁점을 확인하게 해준 자료이기도 했습니다.
6월 30일, 제3차 본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을 함께 검토하다
2025년 6월 30일 제3차 본교섭이 열렸습니다. 사측 제시안을 받아본 후 처음으로 노사가 마주 앉은 자리였습니다.
이 회의의 핵심은 사측 제시안에 대한 검토였습니다. 양측이 같은 자료를 함께 펼쳐놓고, 어떤 조항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했습니다. 회의 자체가 본격적인 단체협약 본문 협상의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이날 양측 모두 분명히 인식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 이번 단체교섭은 본교섭에서 모든 조항을 다루기에는 너무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노측 요구안은 100개가 넘는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사측 제시안도 그 모든 조항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었습니다. 한 조항에 대해 양측의 차이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좁힐 방안을 논의하고, 합의안을 만드는 작업을 본교섭 회의 한 번에서 다룬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7월 4일, 사측 2차 제시안
2025년 7월 4일, 사측은 한 차례 조정된 2차 제시안을 제출했습니다.
1차 제시안과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일부 조항에서 사측 입장이 다소 조정되었습니다. 6월 30일 본교섭에서 노측이 짚은 부분 중 일부, 그리고 사측 내부 추가 검토가 반영되었습니다. 둘째, 자료의 정리가 더 명확해졌습니다. 1차에서 다소 흩어져 있던 부분들이 정리되어, 양측이 비교 검토하기에 더 편한 형태가 되었습니다.
다만 큰 방향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었습니다. 1차에서 보였던 사측의 큰 그림 ─ 합의보다 협의, 일부 조항 거부, 농협 개혁 영역에 대한 신중함 ─ 은 2차에서도 유지되었습니다.
이 사실 자체가 이후 교섭의 성격을 결정했습니다. 양측의 큰 그림 차이는 한두 차례의 본교섭으로 좁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조항 한 조항을 두고 깊이 들어가야만 합의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분명해질 수 있는 단계였습니다.
사측 2차 제시안은 이후 교섭을 조문별로 진행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 자료가 되었습니다. 노측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수정안과 검토 의견을 정리했고, 이후 실무교섭에서 각 조항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게 됩니다.
7월 14일, 실무교섭 중심으로 전환을 합의하다
2025년 7월 14일 제4차 본교섭이 열렸습니다. 이날의 가장 중요한 결정은 한 가지였습니다 ─ 이후 교섭을 실무교섭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이 결정이 왜 이 시점에 나왔는가. 자연스러운 결론이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본교섭과 실무교섭의 차이를 짚었습니다. 본교섭은 큰 방향을 정하는 자리, 실무교섭은 조문 한 줄 한 줄을 다듬는 자리. 6월 23일 사측 제시안 도착부터 7월 14일까지 약 3주간, 양측은 두 안의 큰 그림 차이를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차이를 조항 단위에서 좁혀가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자리는 본교섭이 아니라 실무교섭이었습니다.
이 결정은 양측 모두에게 의미가 있었습니다. 노측에게는 더 깊은 검토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였습니다. 본교섭은 양측 대표가 함께 참석하는 자리라 시간 제약이 큽니다. 실무교섭에서는 각 조항에 대해 더 충분히 토론할 수 있습니다. 사측에게는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였습니다. 사측 진영에는 노무법인이 합류해 있었습니다. 실무교섭은 사측의 법률 검토와 노측의 입장이 조항 단위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양측은 향후 일정을 함께 잡았습니다. 7월 21일 제2차 실무교섭부터, 약 일주일 간격으로 5차 실무교섭(8월 11일)까지 집중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간 실무교섭 4회를 연달아 진행하는 빠른 호흡이었습니다.
이 시기가 보여준 것
6월 23일에서 7월 14일까지의 3주는, 단체교섭의 성격이 분명해진 시기였습니다.
첫째, 양측 모두 단단하게 들어왔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측은 외부 노무법인의 법률분석 위에 서서 들어왔고, 노측은 100개 넘는 조항으로 이루어진 요구안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양측 모두 충분한 준비를 하고 마주 앉았습니다.
둘째, 양측의 큰 그림 차이가 분명히 보였다는 것입니다. 합의와 협의의 차이, 단체협약의 영역에 대한 인식, 일부 조항에 대한 사측의 거부 의견, 적용 범위·조합활동 보장·삭제된 조항이라는 세 가지 무거운 쟁점 ─ 이 차이가 단순히 한두 줄 문구의 문제가 아니라 단체협약의 성격에 대한 인식 차이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셋째, 그 차이를 좁히려면 조항 단위의 깊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양측이 합의했습니다. 본교섭에서 추상적 입장을 주고받는 것으로는 부족했고, 실무교섭에서 조항 한 줄 한 줄을 다듬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 단체교섭은 이제 본격적인 조문 작업의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두겠습니다
이 시기를 다루면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사측이 외부 노무법인의 법률분석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사실은, 사측이 이번 단체교섭을 가볍게 보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사측이 충분한 검토 없이 들어왔다면 오히려 협상이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합의의 기반도 마련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측의 단단한 준비는 노측에게 부담이었지만, 동시에 단체교섭이 무게를 가지고 진행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했습니다. 상대가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하면, 우리도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 시기 노측이 한 작업의 상당 부분이 그것이었습니다.
지회는 노측 요구안의 각 조항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했고, 사측 제시안의 법률분석에 대응할 근거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외부 자문도 받았고, 다른 농협의 단체협약 사례도 검토했습니다. 9개월 교섭 동안 노측이 1차 수정안, 2차 수정안, 4차 수정안을 차례로 만들어낸 것은 그 작업의 결과였습니다.
지회는 사측 제시안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거나 단순히 반대하기 위해 검토한 것이 아닙니다. 교섭은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하고, 그 안에서 조합원에게 필요한 기준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사측 제시안 안에는 수용 가능한 부분도 있었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으며, 지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사측 제시안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반드시 살펴봐야 할 중요한 자료입니다.
사측이 무엇을 제시했는지를 알아야, 노측 요구가 어떤 의미였는지도 더 분명해집니다. 또 어디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최종 단체협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회는 앞으로 사측 제시안의 구체적인 조문 하나하나를 필요한 범위에서 더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원문을 그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합원 여러분께 필요한 것은 단순한 문서 비교가 아니라, 그 차이가 조합원의 권리와 근로조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지회는 그 기준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사측 제시안에서 확인된 차이는 숨기지 않겠습니다. 다만 사람을 겨냥하기보다 쟁점을 설명하고,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근거와 과정을 남기겠습니다.
이번 단체교섭은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하고, 그 차이를 조정해 가며, 조합원에게 필요한 기준을 단체협약 안에 담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사측 제시안은 그 과정의 중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글에서는 사측 제시안이 도착하고, 양측의 큰 그림 차이가 분명해지고, 실무교섭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약 3주의 시기를 다뤘습니다.
이 시기가 보여준 것은 단순합니다 ─ 이번 단체교섭은 결코 형식적인 작업이 아닐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양측 모두 단단한 준비를 가지고 들어왔고, 양측의 입장 차이는 분명했으며, 그 차이를 좁히는 작업은 길고 깊을 것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조문별 실무교섭, 무엇을 하나씩 확인했나” 를 다루겠습니다. 7월 21일 제2차 실무교섭부터 8월 11일 제5차 실무교섭까지 약 한 달간, 실무교섭이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4회 연달아 진행되며 단체협약 100여 개 조항이 한 줄씩 검토되어간 시간입니다. 단체교섭이 추상적 입장에서 구체적 문구로 들어가는 그 깊은 자리를 차분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지회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는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과 판단을 조합원 여러분께 차분히 기록하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중울산농협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