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1]2025년 단체교섭 기록-②교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교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단체교섭은 어느 날 갑자기 회의실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양측이 마주 앉기까지의 절차가 있고, 첫 만남 이전에 정리되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단체교섭의 출발을 이루는 두 달 ─ 2025년 4월의 교섭 요구 절차에서 6월 9일 기본합의서 체결까지의 시간을 차분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이 두 달이 왜 중요한가. 이 시기에 결정된 것들이 이후 9개월 교섭의 토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첫 발자국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보면, 그 뒤의 걸음이 왜 그렇게 이어졌는지가 보입니다.
4월, 절차의 시간
단체교섭은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2025년 4월 7일, 노조는 중울산농협 사측에 제1차 단체교섭을 공식 요구했습니다. 이 날짜가 2025년 단체교섭의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교섭 요구를 했다고 곧바로 본교섭이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는 법이 정한 절차가 있습니다.
교섭요구 사실 공고 (4월 8일 ~ 14일) ─ 회사가 교섭을 요구받았다는 사실을 사업장 내에 공고하는 절차입니다. 다른 노조나 다른 단위가 교섭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교섭요구 노조 확정 공고 (4월 15일 ~ 19일) ─ 교섭에 참여할 노조가 확정되었음을 공고하는 절차입니다. 이 단계를 거쳐 교섭의 주체가 분명해집니다.
4월 17일에는 제1차 단체교섭 일정이 변경되었습니다. 당초 예정되었던 일정이 양측 사정으로 조율되어, 첫 본교섭은 5월 12일로 확정되었습니다.
4월 21일에는 조합원 명부 제출 요청에 대한 회신이 있었습니다. 사측이 교섭 절차상 조합원 명부 제출을 요청한 데 대해 노조가 회신한 자료입니다.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절차와 자료를 둘러싼 사전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조합원 정보와 관련된 사항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노조는 조합원의 권익을 지키는 조직이면서 동시에 조합원의 정보를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교섭 초기의 자료 관련 논의는 이후 교섭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이 한 달은 외부에서 보면 별다른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체교섭이 정해진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점이 이 시기에 분명해졌습니다. 노조와 사측이 임의로 만나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틀 안에서 양측의 자격이 확인되고 교섭의 자리가 마련된 시기였습니다.
5월 12일, 첫 본교섭
2025년 5월 12일 오전 10시 30분, 중울산농협 본점 3층 회의실. 제1차 본교섭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노사 양측 합쳐 12명이 마주 앉았습니다. 노측에서는 사무금융노조 협동조합 업종본부 위원장과 부울경본부장, 조직실장, 그리고 중울산지회장과 부지회장, 사무국장이 참석했습니다. 사측에서는 조합장,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두 분, 교육지원상무, 인사팀장이 참석했습니다.
업종본부 위원장은 첫 본교섭에 특별 참석했습니다. 중울산농협의 단체교섭이 갖는 의미를 양측이 함께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이날 회의의 첫 분위기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색했습니다. 1차 진행상황 보고서에 그대로 적혀 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 “우리농협에선 처음 가지는 단체교섭이라 어색한 분위기와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지만 몇 마디 대화가 오고간 후엔 훈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어색함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중울산농협이 마지막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한 것이 15년 전이었습니다. 그 사이 양측 모두 단체교섭의 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첫 회의의 무게는 거기에서 옵니다.
이날 사측 조합장과 노측 위원장은 각자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사측 조합장은 “15년 만의 노사 교섭” 이라는 무게와 함께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희망한다는 뜻을 표명했습니다. 노측 위원장은 “기본적인 노동자 권리와 법적 장치 정비가 목적” 이며 “15년 만의 협약 재정비 차원의 교섭” 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양측 모두 “15년 만” 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번 단체교섭이 단순히 새로운 협약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동안 멈춰 있었던 자리를 다시 여는 일이라는 인식이 양측에 함께 있었습니다.
첫 본교섭에서 다룬 것은 협약의 내용이 아니었다
첫 회의에서 노사가 다룬 것은 단체협약의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단체교섭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 ─ 즉 기본합의서였습니다.
이는 단체교섭의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운동장의 규칙을 먼저 정해야 시합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운동장 위에 양측이 서기 전에, 어떤 시간에 만나고, 누가 참석하며, 회의록은 어떻게 남기고, 합의된 사항은 어떻게 처리할지를 먼저 약속해야 합니다.
노측은 이날 기본합의서 초안을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본교섭을 2주에 1회 진행하고, 실무교섭을 별도로 운영하며, 노사 각 3명 이내로 실무교섭위원을 구성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측은 충분한 검토 시간을 요청했습니다. 15년 만의 단체교섭이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 교섭 주기가 농번기 및 업무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노사 전담직원이 없어 업무와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양측은 기본합의서를 사측이 검토한 후 제2차 본교섭에서 체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이날 양측은 한 가지 중요한 합의를 추가로 이루었습니다. 타 농협 직원들의 참여 없이 중울산농협 노사 중심으로 우선 협상을 진행하자는 합의였습니다. 사측의 우려를 노측이 받아들인 결과였습니다. 첫 회의에서부터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자세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이날 회의는 약 43분간 진행되었습니다. 본교섭치고는 짧은 시간이지만, 첫 만남에서 정해야 할 것은 다 정해졌습니다.
본교섭과 실무교섭은 역할이 다릅니다
조합원 여러분께서 이번 단체교섭의 흐름을 이해하시려면, 본교섭과 실무교섭의 차이를 한 번 짚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본교섭은 교섭의 큰 방향과 주요 사항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노사 대표 또는 주요 교섭 주체가 참여해 교섭의 틀과 중요한 쟁점을 논의합니다. 양측의 공식 입장이 오가는 자리입니다.
실무교섭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자리입니다. 조문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문구를 조정하고, 합의 가능한 부분과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을 구분해 나갑니다. 본교섭이 큰 방향을 정하는 자리라면, 실무교섭은 그 방향 안에서 디테일을 채워가는 자리입니다.
이번 단체교섭에서도 본교섭과 실무교섭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본교섭에서 큰 틀을 확인하고, 실무교섭에서 세부 조문과 절차를 검토하고, 다시 본교섭에서 중요한 방향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교섭이 이어졌습니다. 9개월 동안 본교섭은 7회, 실무교섭은 11회가 열렸습니다. 회차로 보면 실무교섭이 더 많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큰 방향이 한 번 정해지면, 그 방향 안에서 다듬어야 할 조항이 많기 때문입니다.
5월 28일 제1차 실무교섭이 진행되면서 교섭은 선언적 출발을 넘어 실제 조율 과정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6월 9일, 기본합의서 체결
한 달 후, 2025년 6월 9일 제2차 본교섭이 열렸습니다.
이 회의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한 가지였습니다 ─ 기본합의서가 서면으로 체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1차 회의에서 사측이 검토 시간을 요청했고, 한 달간의 검토를 거쳐 이날 노사 양측 대표가 서명을 마쳤습니다.
이날부터 사측 진영에는 외부 노무법인의 노무사가 합류했습니다. 사측이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 온 결과였습니다. 노측 진영도 한 달간 사측안 제출을 기다리며 준비를 이어왔습니다.
이날 양측은 향후 일정을 함께 확정했습니다. 사측의 요구안은 6월 24일까지 제출, 제3차 본교섭은 6월 30일, 그리고 7월 14일과 28일 본교섭까지 잠정 일정을 함께 잡았습니다. 첫 회의의 어색함은 이 시점에 이르러 거의 사라져 있었습니다. 양측이 일정을 함께 짤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었던 것입니다.
이날 사측 상임이사는 인사말에서 “처음 겪는 경험이지만 원만한 진행을 희망한다” 는 뜻을 표명했고, 노측 부울경본부장은 “2010년 단체협약을 2025년에 갱신하는 차원의 교섭” 이며 “전국 농축협 평균적인 내용으로 요구안을 작성했다” 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노측이 “2010년 단체협약” 이라는 표현을 처음 공식 발언으로 남겼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단체교섭이 무엇을 다시 다루는 작업인지 ─ 15년 전에 멈춘 협약을 2025년의 현실에 맞게 갱신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 이때 분명히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합의서가 왜 중요한가
기본합의서는 단체협약 본문처럼 조합원의 임금, 휴가, 복리후생을 직접 정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기본합의서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교섭의 방식이 정리되어야 내용 논의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섭 절차가 불명확하면 이후 조문 논의 과정에서도 혼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회의에서 무엇을 논의했는지, 어떤 내용이 합의되었는지, 어떤 쟁점이 남았는지 정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교섭 운영의 기본 틀이 마련되면, 노사는 그 기준에 따라 조문을 검토하고, 의견일치 조문과 미합의 쟁점을 구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번 단체교섭에서 기본합의서 체결은 이후의 본격적인 조문 협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요한 준비 단계였습니다.
기본합의서가 무엇을 정했는가
기본합의서는 7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짧은 문서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9개월 교섭의 토대를 결정했습니다.
제1조 [목적] ─ 노사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의 원활한 운영을 목적으로 한다는 선언입니다. 이 한 줄로 양측이 같은 목표 아래 모였음이 확인됩니다.
제2조 [성실의무] ─ “노사쌍방을 대표하는 교섭위원은 신의성실과 상호존중의 원칙하에 회의에 임하여야 한다.” 신의성실과 상호존중. 단체교섭이 단순히 입장의 충돌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라는 원칙이 이 조항에 담겼습니다.
제3조 [교섭위원의 구성] ─ 본교섭위원 5명, 실무교섭위원 3명 이내, 양측 각 1명의 간사. 양측의 교섭 주체와 규모가 분명해집니다.
제4조 [본교섭] ─ 본교섭은 2주에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 이 조항에 정해졌습니다. 또한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함께 들어갔습니다 ─ “모든 교섭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교섭 진행 중에는 노사 간 합의된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며, 기타 쟁점현안 등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 한 줄이 단체교섭의 투명성과 동시에 신중함을 함께 정합니다. 합의된 결과는 공개하되, 진행 중인 쟁점은 신중히 다룬다는 원칙입니다.
제5조 [실무교섭] ─ 실무교섭은 본교섭 전에 운영하며, 본교섭에서 협의된 사항 중 문구수정과 세부사항 협의를 위해 진행합니다. 실무교섭에서 의견 일치된 사항은 본교섭에서 추인을 통해 효력을 가지며, 양측이 서명한 문서로 본교섭에 제출됩니다. 이 조항이 이후 1차·2차 의견일치 조문 서명 절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제6조 [회의록의 작성] ─ 노사 양측 간사가 회의결과를 작성하여 각 1부씩 보관하고, 참석위원 전원이 서명합니다. 모든 회의가 문서로 남는다는 것을 확정한 조항입니다.
제7조 [합의사항의 효력발생] ─ 합의사항의 효력은 단체협약 체결일로부터 발생합니다.
출발의 두 달이 만든 것
2025년 4월에서 6월까지의 두 달 동안, 단체교섭의 본격적인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은 단체교섭이 진행될 수 있는 자리 그 자체였습니다. 절차를 거쳐 양측의 자격이 확인되었고, 두 차례의 본교섭을 거쳐 첫 만남의 어색함이 풀렸으며, 기본합의서 체결로 양측이 같은 운동장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그 뒤 7개월의 교섭은 흘러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본교섭 7회와 실무교섭 11회가 차곡차곡 쌓여간 토대가 바로 이 두 달 안에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은 신뢰의 첫 한 겹이었습니다. 첫 회의의 어색함이 두 번째 회의에서 풀리고, 양측이 일정을 함께 잡고, 사측의 우려를 노측이 받아들이고, 노측의 요청에 사측이 응답하면서, 양측이 함께 작업을 해갈 수 있다는 신호가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이 신뢰는 이후 9개월 동안 여러 번 시험에 부쳐지게 됩니다. 7월의 사측 제시안 검토, 8월의 의견일치 조문 정리, 가을의 미합의 쟁점 압축 ─ 이 모든 단계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는 그때마다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충돌의 시기에도 양측이 책상을 떠나지 않은 것은, 이 첫 두 달에 마련된 토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단체교섭의 시작 단계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교섭 요구, 사실 공고, 노조 확정 공고, 일정 조율, 기본합의서, 실무교섭 같은 말들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첫 본교섭에서 단체협약의 본문이 단 한 줄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어쩌면 의외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절차들이 있어야 단체협약이라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조합원의 권리와 근로조건을 지키는 일은 구호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공식 절차를 밟고, 문서로 남기고, 회의에서 확인하고, 조문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025년 단체교섭은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지회는 이 시작 과정을 조합원 여러분께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그래야 단체협약이 단순히 어느 날 체결된 문서가 아니라, 절차와 논의, 판단과 조정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라는 점을 함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글에서는 2025년 단체교섭의 첫 두 달을 정리해드렸습니다.
4월의 절차는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단체교섭이 정해진 틀 안에서 진행되는 과정임을 분명히 한 시기였습니다. 5월 12일 첫 본교섭은 15년 만에 다시 마주 앉은 자리였고, 양측 모두 “15년 만” 이라는 무게를 함께 인정한 자리였습니다. 6월 9일 기본합의서 체결로 양측이 같은 운동장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 6월 말 이후의 시간을 다루겠습니다. 사측 제시안이 도착하고, 노측 요구안과의 차이가 책상 위에 펼쳐지며, 본교섭에서 실무교섭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시기입니다. 단체교섭이 추상적 입장에서 구체적 조문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을 차분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지회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는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과 판단을 조합원 여러분께 차분히 기록하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중울산농협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