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 한 매듭을 짓고 다음 매듭으로

입장문 ─ 한 매듭을 짓고 다음 매듭으로

2026년 1월 21일, 중울산농협의 새 단체협약이 시행되었습니다. 9개월에 걸친 교섭의 끝이자, 협약이 일터에 자리잡는 시작이었습니다.

1번부터 9번까지의 글이 왜 협약이 필요했는지, 어떤 길을 통과해 만들어졌는지, 무엇이 매듭졌고 무엇이 다음 자리로 넘어갔는지, 협약을 손에 들고 어떻게 쓸 것인지를 정리한 글이었다면, 이 마지막 글은 그 모든 자리를 통과한 뒤 지회가 남기고 싶은 입장을 적는 글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이 글은 사측을 단죄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측의 자세에 대한 짚음만으로 끝나는 글도 아닙니다. 9개월 동안 마주 앉으며 본 풍경과, 그 풍경 위에서 지회가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정직하게 적는 글입니다. 그 자리에는 짚음도 있고, 단단함도 있고, 다음 자리로 가져갈 과제도 있습니다.

비판은 갈등을 만들기 위한 말이 아닙니다. 비판은 다시 같은 자리에 서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두어야 할 짚음입니다. 이 글은 그 짚음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왜 단체협약을 요구했는가

이 자리에서 가장 정직해지고 싶습니다.

2025년 5월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이유는 단순한 권리 확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무거운 자리들이 출발점에 있었습니다.

첫째, 정보가 끊겨 있었습니다

우리 농협 안의 많은 직원이 자신의 권리와 회사의 결정 과정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일하고 있었습니다. 인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평가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 규정이 언제 어떻게 바뀌는지 ─ 이런 자리들이 직원에게 분명히 닿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렇게 운영되어 온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둘째, 노사협의회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농협에는 노사협의회가 있었습니다. 회의가 열렸고, 대화가 있었습니다. 사측이 노조의 의견을 아예 듣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회가 거듭 확인한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규정이 있다는 것조합원이 그 내용을 알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노사협의회가 있다는 것노동자의 의견이 충분히 의제로 다뤄진다는 것도 다릅니다.

회의가 열린다는 것논의 내용이 책임 있는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 역시 다릅니다.

지회는 노사협의회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노사협의회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안건을 공식 의제로 올려 의결로 매듭짓는 자리는 충분하지 않았고, 결과와 책임이 기록으로 남는 자리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단체교섭이 필요했습니다. 협약은 체결되면 효력을 가지는 문서이고, 노사 양측이 동등한 자리에서 마주 앉아 합의한 결과가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됩니다. 이 자리가 우리 농협에는 15년 만에 처음 마련되는 자리였습니다.

셋째, 2024년의 일이 있었습니다

2024년에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된 일이 있었습니다. 노조는 그 자리에서 함께 다뤘고, 노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과하며 분명해진 것이 있었습니다.

단체협약 안에 신고·보호·조사·재발방지의 기준이 명확하게 자리잡지 않으면, 같은 자리가 다시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 인식이 2025년 단체교섭의 출발점에 있었습니다. 협약 제80조부터 제88조에 이르는 자리들 ─ 직장 내 성폭력·폭언·폭행, 직장 내 괴롭힘, 부속합의의 운영 ─ 이 단단하게 들어가야 했던 이유는 그 자리에 있습니다.

넷째, 노조의 멈춤을 이번에는 끝내야 했습니다

우리 농협 노조는 지난 십여 년 동안 활동이 거의 멈춰 있었습니다. 그 멈춤의 이유를 한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 멈춤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의 목소리가 협의의 자리에 닿기 어려워졌다는 사실, 그리고 노조라는 조직 자체가 움직이지 않는 조직으로 기억될 위험이 커졌다는 사실입니다.

그 자리에서 한 번이라도 노조가 움직이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는 결심이 이번 단협의 또 다른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번 협약은 그 결심을 15년 만에 협약이라는 이름의 매듭으로 남긴 자리입니다.

이 네 자리가 단협을 시작한 이유였습니다.


9개월의 길에서 본 사측의 자세

9개월의 교섭을 통과하면서, 지회는 사측의 입장을 점점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그 입장과 노측의 입장이 어디서 어긋나는지도 더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사측을 단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측에는 사측의 논리가 있었고, 그 논리는 경영의 합리성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다만 그 합리성이 조합원이 일터에서 느끼는 무게와 어긋나는 자리들이 있었고, 그 자리들이 끝까지 좁혀지지 않은 채 협약이 매듭졌습니다.

9개월 동안 본 사측의 일관된 자세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단협에는 적게 담고, 운영은 사측의 판단으로 하고 싶다.”

사측은 법령과 내부 규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리를 협약에 굳이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고, 협약에 명시되더라도 “노력한다”, “협의할 수 있다”, “노사협의회에서 정한다” 같은 형태로 운영의 여지를 남기려 했습니다. 이 자세 자체를 잘못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경영의 입장에서 그것은 합리적인 자세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자세 위에서 협약이 만들어지면, 조합원이 일터에서 권리를 확인하려 할 때 늘 같은 답을 듣게 됩니다 ─ 법을 보세요, 규정을 보세요, 협의가 필요합니다.

지회가 끝까지 좁힐 수 없었던 자리는 그 자리였습니다.

그 자세 뒤에는 더 깊은 자리의 구조가 있습니다.

결정은 위에서 먼저 이루어지고, 설명은 나중에 내려오는 구조.

정보는 제한적으로 공유되고, 직원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구조.

노조의 문제제기가 때로는 조직에 대한 불신처럼 받아들여지는 구조.

그 빈틈에서 소문과 불안이 커지는 구조.

이 구조를 그대로 두면 조합원은 계속 조심하게 됩니다. 질문하기 전에 눈치를 보게 되고, 문제가 있어도 말해봤자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조직은 겉으로 조용해 보일 수 있지만, 안에서는 신뢰가 줄어듭니다. 지회가 단체협약을 요구한 이유는 조용한 조직을 시끄럽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조용함 뒤에 숨어 있는 불안과 체념을 공식 절차 안으로 가져오기 위해서였습니다.


“좋은 조직”이라는 말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울산농협은 다른 조직과 비교해 나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임금, 복지, 조직 분위기, 노사관계의 역사에서 사측이 스스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인근 농협과 비교해 출퇴근 시간의 여유, 자유로운 분위기, 안정적인 임금 수준이 있다는 인식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 자기 인식을 지회가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좋은 조직이라는 말이 절차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임금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문제제기가 줄어들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큰 충돌이 없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의 역할이 불필요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조직일수록 기준이 더 분명해야 합니다. 오래 함께 일하는 조직일수록 말로 넘기는 관행을 줄여야 합니다. 작은 농협일수록 인사·평가·휴가·괴롭힘·고객응대·개인정보 같은 자리들이 개인 관계 속에서 흐려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인근 농협보다 낫다는 비교는 역설적으로 비교의 폭이 좁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큰 무대에서 보면 부족한 자리가, 좁은 무대에서 보면 충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지회가 문제 삼은 것은 농협 전체를 부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중울산농협이 더 건강한 조직이 되려면 불편한 질문도 공식 절차 안에서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자리가 지회의 가장 단단한 짚음 중 하나입니다.


상급단체와 함께한 것은 외부 개입이 아닙니다

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상급단체와 산별노조의 참여에 대해 부담과 경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여러 자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대해서도 지회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중울산지회는 고립된 개인들의 모임이 아닙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 속한 산별노조의 지회입니다. 상급단체와 함께 검토하고, 조언을 받고, 교섭을 준비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구조입니다.

지역농협이 농협중앙회와 제도·규정·업무 방향을 공유하듯이, 노동조합도 본조와 지역본부, 상급단체의 지원 속에서 활동합니다.

이것은 중울산농협을 외부에 맡기는 일이 아닙니다. 조합원이 법과 조직의 틀 안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입니다.

지회도 우리 농협의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농협의 규모, 조합원의 분위기, 현장 업무의 부담, 조직 내부의 관계를 무시하고 외부 논리만 가져올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외부”라는 이유만으로 상급단체의 역할을 의심하거나 지회의 정당한 활동을 부담스럽게 보는 시선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은 혼자 버티는 조직이 아닙니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배우고, 검토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 연결을 약화시키려는 시선은 결국 조합원의 보호 장치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9개월의 길에서 본 풍경 ─ 조항별로 짚음

사측의 자세를 추상적으로만 짚지 않겠습니다. 9개월 동안 좁혀지지 않은 자리들을 조항별로 정직하게 짚겠습니다.

제13조 시설편의 제공

사측은 처음 시행되는 협약이라는 이유로 사전협의라는 문구로 통제권을 가지려 했습니다. 노측은 그 사전협의가 사실상 활동을 거부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결국 협약 본문에는 연 단위 활동계획을 노사가 협의해 정한다는 형태로 매듭지어졌고, 운영 기준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다음 자리에서 채워가야 할 자리로 남았습니다.

제17조 통지의무 / 노조 전임자·근로시간면제

이 자리는 가장 무겁게 남은 자리입니다. 노측은 연 1,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를 요구했고, 그 산출 근거는 분명히 제출했습니다 ─ 조합원 규모, 활동 영역, 회의·교육·상담 시간의 합산. 사측은 전임자라는 무게감과 인건비 부담으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더 깊은 자리에서 사측이 우려한 것은 상급단체 활동의 폭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는 협약 본문에 별도 장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다음 단체교섭의 자리에서 다시 다뤄야 할 자리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두어야 합니다 ─ 노조가 실질적으로 움직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노조는 형식만 살아 있는 조직이 됩니다. 이 자리는 다음 자리에서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자리입니다.

제19조 조합원 복지기금

사측은 “노조비 경비원조 행위에 해당”한다는 법률 해석으로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노측은 운영경비와 분리하고, 노사협의회 결산 통보로 투명성을 확보하는 구조까지 제안했지만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측의 더 깊은 우려는 노조원만을 위한 복지라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 조합원 복지기금이라는 형식은 다음 자리로 가져가되, 그 자리에서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조합원이 어려운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안전망이었습니다. 협약 정본 제109조의 근로복지기금 한 줄이 그 자리의 부분적인 응답으로 남았고, 시행 방식은 노사협의회의 의제로 넘어갔습니다. 그 의제를 다음 자리에서 어떻게 채워가는지가 이 자리의 진짜 결말이 될 것입니다.

제16조 자료제공 / 제21조 분할·합병·전출

사측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판단하여 시행하는 부분은 수용 불가, 사안별 판단 필요”라고 했습니다. 이 자리는 조항은 들어갔으나 운영 기준이 들어가지 않은 자리의 가장 분명한 예입니다. 다음 보충협약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자리입니다.

제82조 고객폭력 / 제84조 부속합의

이 자리는 12월 말 잠정합의 직전까지 흔들렸던 자리입니다. 노사는 직장 내 성폭력·괴롭힘·고객폭력에 대한 매뉴얼을 협약 별첨으로 명시하기로 본교섭에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12월 말에 사측은 “농협중앙회 매뉴얼을 따른다”로 수정하자고 요구했고, 그 매뉴얼이 개정되면 자동 연장되는 형태를 원했습니다.

지회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짚었습니다 ─ 단협이라는 게 서로 협상을 하고 양보와 수용을 해야 한다는 자세 위에서, 우리 농협만의 매뉴얼을 별첨하기로 한 본교섭 합의를 마지막에 뒤집는 것은 그 자세가 아니다. 결국 이 자리는 부속합의의 운영이라는 형태로 매듭지어졌으나, 운영 단계에서 사측이 의견 제시 권한을 유보하는 자리가 함께 남았습니다. 이 자리도 다음 노사협의·보충협약에서 채워가야 할 자리입니다.

이 모든 자리에서 사측을 단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록해 둡니다 ─

9개월 동안 노측은 많은 자리에서 사측의 안을 수용하며 의견 일치 조문을 늘려갔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핵심 조항(13·17·19·21·82·84조)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장을 좁히지 않거나 마지막 자리에서 다시 후퇴를 요구했습니다.

이 비대칭이 9개월의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회는 요구만 한 조직이 아니었습니다

비대칭의 풍경을 짚었으니, 그 풍경 안에서 지회가 어떤 자세로 움직였는지도 함께 적어야 합니다.

지회는 처음 요구안을 끝까지 그대로 밀어붙인 조직이 아니었습니다.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사측의 우려를 들었고, 조항을 줄이고, 문구를 바꾸고, 사전협의 절차를 받아들이고, 적용 범위를 조정했습니다. 일부 조항은 당장의 관철보다 다음 논의를 위한 과제로 남겼습니다.

지회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너무 많은 조항을 제시한 것은 아닌지, 사측이 단협 자체를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아닌지, 조합원에게 실제로 남길 수 있는 결과를 만들려면 어디까지 조정해야 하는지, 원칙을 지키는 것과 합의 가능한 문장을 만드는 것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모든 자리에서 지회는 교섭을 깨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지회는 설명했고, 양보했고, 수정했고, 끝까지 합의의 길을 찾았습니다.

조합원이 준 권한을 가볍게 쓰지 않기 위해, 요구의 핵심은 지키되 표현과 방식은 조정했습니다.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문장을 다시 고쳤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적습니다. 지회는 요구만 한 조직이 아니었습니다. 9개월의 자리는 협약을 만들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지회도 부족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직하게 인정합니다.

9개월의 길이 모든 자리에서 잘 통과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자리에서는 본조의 본부장과 조직실장이 길을 열어주었고, 지회는 그 옆자리에 함께 섰습니다. 어떤 자리에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자리를 메우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조합원 공감대를 만드는 자리도 충분히 다지지 못했고, 단협이 시작되기 전부터 조합원 교육으로 협약의 의미를 미리 알리는 자리도 부족했습니다.

이런 부족함을 정직하게 인정합니다. 그리고 이 부족함은 다음 자리에서 채워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부족함의 짚음은 자기 폄하가 아닙니다 ─ 다음 자리에서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그래도 단단하게 남은 것

부족함을 짚었으니, 단단하게 남은 자리도 짚겠습니다.

우리 농협에 15년 만에 단체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 사실 자체가 무겁습니다. 자랑이 아닙니다 ─ 그동안 이 자리가 비어 있었다는 사실의 무게입니다. 노사 양측이 동등한 자리에서 마주 앉아 9개월에 걸쳐 합의하고, 그 합의가 농협과 노동조합과 조합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자리는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농협이 노사관계의 기본 형태를 다시 갖춘 자리입니다.

협약 본문에 들어간 자리들 중 단단하게 매듭진 자리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협약에 단단하게 자리잡은 권리들

  • 인사위원회에 노조 자리 2석 (제29조)
  • 징계 절차의 5중 안전장치 ─ 5일 전 통보, 6개월 시효, 변론 기회, 해고 시 2/3 가중요건, 10일 이내 재심 (제40조)
  • 본인 의사에 반하는 타 농협 전적 금지 (제25조 ③항)
  • 노동시간 정의에 직원회의·교육·청소·작업준비 시간 포함 (제51조 ③항)
  • 직장 내 성폭력·폭언·폭행·고객폭력·괴롭힘 자리들 (제80조~제88조)
  • 모성보호·육아의 자리들 ─ 1년 육아휴직, 6개월 연장, 주 15~35시간 단축, 출산휴가 90/100/120일, 배우자 출산휴가 20일 (제72~79조)
  • 개인정보·감시장비 보호 ─ 사적 활동 정보 수집 금지, 화장실·휴게실 등 감시장비 설치 금지, 동의 없는 인사고과·징계 사용 금지 (제89~94조)
  • 보충협약 권한 (제8조), 노사협의회 (제120조), 차기 단체교섭의 자리 (부칙 제2조)

이 자리들은 조합원이 일터에서 실제로 의지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운영 기준이 더 채워져야 할 자리들도 있지만, 근거 자체가 협약 안에 분명히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다음 자리로 가는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이 협약은 완성형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미합의로 남은 자리들은 끝나지 못한 자리가 아니라 다음 매듭으로 가져갈 자리이고, 보충협약·노사협의회·차기 단체교섭이라는 세 자리가 협약 안에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첫 매듭이 가장 단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듭이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더해질 때 협약은 단단해집니다.


사측에 요구합니다

지회는 사측에 다음을 요구합니다. 이 요구는 갈등을 키우기 위한 요구가 아닙니다. 협약을 함께 지키기 위한 약속의 자리입니다.

사측에 드리는 여섯 가지 요구

  1. 단체협약을 최소한의 형식으로만 보지 말고 성실히 이행해 주십시오. 협약은 노사가 함께 서명한 공식 약속입니다. 필요할 때만 인용하고 불편할 때는 내부 규정 뒤로 미룰 수 있는 문서가 아닙니다.
  2. 협의를 통보로 운영하지 말아 주십시오. 협의는 이미 결정된 내용을 알려주는 자리가 아닙니다. 자료를 보고, 의견을 내고, 조합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협의입니다.
  3. 지회의 자료 요청과 통지 요구를 불필요한 간섭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지회가 자료를 확인하려는 이유는 조합원을 보호하고, 사실에 근거해 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을 모른 채 책임 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4. 노동조합 활동과 상급단체의 역할을 과도하게 경계하지 말아 주십시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권리를 위해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노조가 활동할 수 있어야 조합원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5. 직원의 문제제기를 조직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말아 주십시오. 질문은 불신이 아니라 신뢰를 만들기 위한 시작입니다. 불편한 질문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막는 조직이 아니라, 절차 안에서 다루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6. 민감한 사안일수록 더 투명하고 더 신중하게 처리해 주십시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성폭력, 폭언·폭행, 고객폭력, 개인정보 문제는 개인이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닙니다. 피해자 보호, 비밀보장, 조사, 조치, 재발방지가 문서와 절차로 작동해야 합니다.

중울산농협이 더 건강한 조직이 되려면, 좋은 말보다 작동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조합원께 드리는 부탁

조합원께도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단체협약은 지회 집행부 몇 명이 들고 있을 수 있는 문서가 아닙니다. 조합원이 알아야 살아 있는 협약이 됩니다.

다음과 같은 자리에서는 혼자 판단하지 말고 지회에 알려 주십시오.

  • 인사·전보·평가·징계와 관련해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일이 있을 때
  • 연차·휴가·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이 어려울 때
  • 고객 폭언,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성폭력, 폭언·폭행이 발생했을 때
  • 개인정보 수집이나 CCTV 등 감시장비 운영이 우려될 때
  • 복리후생·경조금·재해부조금·교육비·대출 등 적용 기준이 궁금할 때
  • 단체협약 조항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그리고 지회가 부족한 자리가 보이면 바로잡아 주십시오. 설명이 부족하면 질문해 주십시오. 더 쉽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해 주십시오.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숨기지 말고 공유해 주십시오.

노조는 완성된 조직이 아닙니다. 조합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입니다. 조합원이 알면 협약은 힘을 갖고, 조합원이 알리면 지회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노사관계

지회가 원하는 것은 사측과 계속 싸우는 조직이 아닙니다. 사측이 약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조합원이 일터에서 존중받고, 농협이 더 투명하고 건강한 조직으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지회가 그리는 노사관계는 이런 모습입니다.

  • 안건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제기되는 관계
  • 제기된 안건이 기록으로 남는 관계
  • 자료를 함께 보고 판단하는 관계
  • 불편한 문제도 절차 안에서 다루는 관계
  • 조합원이 질문해도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는 관계
  • 노동조합 활동이 의심의 대상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한 축으로 인정되는 관계
  • 사측도 예측 가능하고, 조합원도 예측 가능한 관계

이런 관계가 만들어지면, 단체협약은 사측을 묶는 족쇄가 아닙니다. 오히려 노사가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같은 기준 위에서 대화할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마침표의 글이 아니라, 다음 자리로 가는 매듭의 글입니다.

단체협약은 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체협약의 의미는 이제부터 증명되어야 합니다. 지회는 앞으로도 묻겠습니다.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겠습니다. 조합원의 사례를 기록하겠습니다. 협약이 지켜지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남은 과제는 다음 협의와 다음 교섭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우리는 싸우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시 침묵하지 않기 위해 기록합니다.

우리는 갈등을 키우기 위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합원의 목소리가 공식 절차 안에서 다뤄지도록 말합니다. 사측을 부정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조합원과 농협이 더 신뢰할 수 있는 기준 위에서 함께 가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번 단체협약은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첫 매듭이 가장 단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첫 매듭이 없으면 다음 매듭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 첫 매듭을 지었습니다.

다음 매듭은 더 단단하게 짓겠습니다. 그 다음 매듭은 더 더 단단하게 짓겠습니다. 그렇게 매듭이 쌓여갈 때, 우리 농협의 단체협약은 조합원이 손에 들고 일터에서 의지하는 문서가 됩니다.

이 자리에서 끝맺습니다. 그러나 이건 끝이 아니라, 다음 자리로 가는 매듭입니다.

비판은 끝내기 위한 말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말입니다. 이번 단체협약이 중울산농협의 더 건강한 노사관계를 여는 기준이 되도록, 지회는 끝까지 확인하고 기록하겠습니다.


2026년

중울산농협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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