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1]2025년 단체교섭 기록-⑥미합의 쟁점은 왜 남았나
미합의 쟁점은 왜 남았나
2025년 9월 16일 ~ 12월 2일 · 좁혀지지 않은 자리들에 대한 기록
교섭에서 합의된 조문은 눈에 잘 보입니다. 문서에 남고, 단체협약서에 들어가고, 조합원께도 “이런 내용이 정리되었습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섭의 또 다른 중요한 흔적은 합의되지 못한 쟁점에 있습니다. 미합의 쟁점은 단순히 “실패한 조항”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지회가 끝까지 중요하게 본 문제,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컸던 부분, 그리고 앞으로 다시 다루어야 할 과제가 담겨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9월 16일 제9차 실무교섭에서 단체협약 조문이 4가지로 분류되어 정리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의견 일치, 긍정 검토, 미합의, 그리고 전제 조문. 이 가운데 의견 일치 조문은 두 차례에 걸쳐 두텁게 쌓였고, 긍정 검토 조문은 표현을 다듬어가며 합의 쪽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자리를 옮기지 못한 묶음이 있었습니다. 미합의 조항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자리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9월 16일 이후 추석 명절을 지나, 10월 14일 제6차 본교섭에서 다시 만나고, 10월 31일 노측 4차 수정안을 제시하고, 11월 19일 제11차 실무교섭에서 본교섭으로 넘기는 결정을 내리고, 12월 2일 제7차 본교섭에서 마지막으로 정면충돌하기까지 — 약 두 달 반 동안, 미합의 조항들은 어떻게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는지를 다루겠습니다.
미합의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합의 쟁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지회 요구안과 농협 측 제시안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다만 교섭이 진행되면서 그 차이는 조금씩 정리되었습니다.
어떤 조항은 의견일치로 넘어갔습니다. 어떤 조항은 지회가 수정안을 내며 다시 접근했습니다. 어떤 조항은 농협 측의 우려를 반영해 표현을 조정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남은 쟁점이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합의 쟁점은 “논의하지 못한 조항”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러 차례 논의했기 때문에 남은 조항들이었습니다. 왜 필요한지 설명했고,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검토했고, 어디까지 문구를 바꿀 수 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쟁점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쟁점은 조합활동의 범위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쟁점은 비용과 예산, 복리후생의 기준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쟁점은 자료제공과 개인정보, 내부 규정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어떤 쟁점은 휴가와 근로시간처럼 현장 운영과 직접 닿아 있었습니다. 어떤 쟁점은 직장 내 폭력, 고객응대, 인권보호처럼 일터의 안전과 조직문화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또 어떤 쟁점은 쟁의행위와 신분보장처럼 노사관계의 가장 민감한 영역에 닿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합의 쟁점은 단순히 “아직 합의하지 못한 문장”이 아니라, 중울산농협 노사관계에서 앞으로도 계속 다루어야 할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10월 14일, 추석을 지나 다시 마주 앉다
9월 16일의 4분류 정리가 끝나고 약 한 달 만에, 노사는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추석 명절을 지나 10월 14일 화요일 오전, 제6차 본교섭이 열렸습니다. 그날따라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날 사측에는 새 얼굴이 한 명 더해졌습니다. 김복천 비상임이사였습니다. 그는 인사말에서 의외의 이력을 언급했습니다. 87년 노조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지금은 사측 비상임이사로서 단체교섭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사 모두 잘되는 방향으로 교섭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습니다. 87년 노동운동의 시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측 교섭위원으로 마주 앉은 자리. 단체교섭의 자리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위치에서 만나는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회의의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9월 16일까지 미합의로 분류된 조항들에 대해, 사측이 처음으로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였습니다. 사측 노무사가 미합의 조항 전반에 대한 의견을 30분 가까이 한 번에 풀어냈고, 그 의견의 핵심은 “단체협약이 너무 과도한 절차와 내용을 담고 있어 수용할 수 없다, 합의될 수 있는 심플한 단체협약을 먼저 체결하고 노사 신뢰가 쌓이면 더 나아가자”는 뜻이었습니다.
이 입장은 8월 26일 6차 실무교섭에서 사측이 처음 표명했던 것과 같은 결이었습니다. 약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사측의 핵심 입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사측 함대영 상임이사가 던진 의문이었습니다. 미합의 조항들이 이미 실무교섭 단계에서 합의되지 않은 것들인데, 다시 실무교섭으로 돌려보내서 또 협의하면 결국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뜻이었습니다. 본교섭에서 빨리 담판을 지어야지, 계속 실무로 돌아가서는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우려였습니다. 5월부터 시작된 교섭이 5개월을 넘어가면서, 본교섭 6회와 실무교섭 9회가 이미 누적되어 있었습니다.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날 회의의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사측이 미합의 조항에 대한 의견서를 노측에 전달하고, 노측은 이를 바탕으로 4차 수정안을 만들어 다시 제시하기로. 11월에 두 차례 정도의 실무교섭을 더 거쳐,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본교섭으로 마무리 짓기로. 추석 후 첫 회의는 그렇게 정리되었습니다.
조합활동의 보장 — 가장 깊은 자리
미합의 쟁점 가운데 가장 깊은 자리에 있었던 것은 노동조합 활동의 실질적 보장에 관한 조항들이었습니다.
13조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 14조 조합원 교육시간, 17조 근로시간 면제자, 19조 조합원 복지기금. 이 네 조항이 그 자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단순히 “노조가 활동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교육시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근로시간 면제자를 몇 시간으로 둘 것인가, 조합원 복지기금을 단체협약 안에 어떻게 둘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지회는 이 문제를 조합원 보호와 직결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조합원이 혼자 문제를 감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지회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측은 업무 운영, 사전 통지, 활동 범위, 내부 절차를 함께 고려하려 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표현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자유로운 조합활동 보장”과 “업무 운영상 조정 가능한 활동 보장” 사이의 차이였습니다. 그 사이에서 문구를 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의 가장 깊은 자리가, 12월 2일 제7차 본교섭에서 한 마디로 드러났습니다.
그날 사측 노무사는 13조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에 대해 “사전 협의” 절차를 두자고 제안했습니다. 노측이 어떤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기 전에, 사측과 그 일정과 인원을 미리 협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노측 이정호 부울경본부장이 그 의미를 다시 물었습니다. 노측은 이미 회의나 행사 일주일 전 또는 늦어도 3일 전에 공문으로 통보하고 있는데, 사측이 말하는 “사전 협의”가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는 자리였습니다. 사측 노무사는 두 명이 가야 하는 회의에 한 명만 가도 되는지를 조율하는 정도의 협의를 의미한다고 답했습니다.
그 답에 대해 사측 함대영 상임이사가 솔직하게 한 마디 더했습니다. 지금은 노사 관계가 좋지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 안 좋을 때를 생각하면 단체협약의 표현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통제”나 “확정”같은 극단적 표현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발언에 미합의 쟁점의 가장 깊은 자리가 드러나 있었습니다. 지금은 노사 관계가 좋지만, 항상 좋을 수는 없다는 인식. 그러므로 단체협약의 문장은 가장 안 좋을 때를 기준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측의 입장은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단체협약은 가장 안 좋을 때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의 권리가 단체협약 안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사 관계가 좋을 때는 단체협약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좋을 때는 협약이 없어도 협의가 잘 됩니다. 단체협약이 진짜로 필요한 시점은, 관계가 안 좋아졌을 때입니다.
그래서 13조 한 줄에 대해 노사가 보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사측은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굳이 명시할 필요 없다”고 보았고, 노측은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것이 명시하지 않을 이유가 아니라 명시해도 된다는 이유”라고 보았습니다.
이 한 가지 인식의 차이가 13조뿐 아니라 14조·17조·19조에서도 똑같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사측 노무사도 그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13조 노동조합 활동 시간, 14조 조합원 교육 시간, 17조 근로시간 면제, 19조 조합원 복지기금 — 이 네 조항은 따로 떨어진 네 개의 조항이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에 대한 네 가지 얼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정해져야, 네 조항이 함께 정리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노사의 답은 끝까지 같아지지 않았습니다.
복리후생과 후생비 — 조합원의 생활과 직접 연결된 자리
미합의 쟁점 중에는 복리후생과 생활 안정에 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회가 복리후생을 중요하게 본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복리후생은 단순한 부가 혜택이 아니라, 조합원의 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식비, 업무활동보조비, 복지연금, 재해부조금, 경조금 같은 내용은 조합원들이 매일 체감하는 문제입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고, 어떤 절차로 바뀌며,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지회는 복리후생이 내부 규정에만 맡겨질 경우, 조합원들이 기준 변경을 뒤늦게 알거나 충분히 설명받지 못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단체협약 안에 복리후생의 기준과 절차를 더 분명히 남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역은 사측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영역이었습니다. 복리후생은 예산, 내부 규정, 전체 직원 적용 기준, 농협 운영 상황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쟁점은 “더 달라”는 단순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조합원의 생활 안정 기준을 단체협약에 어느 정도까지 명확히 남길 것인가, 내부 규정에 맡길 부분과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을 어디에서 나눌 것인가, 앞으로 불리한 변경이 있을 때 노동조합이 어떤 절차로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 이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복리후생 관련 쟁점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135조 후생비 지급과 시기는 끝까지 미합의 쟁점으로 남았습니다.
자료제공과 개인정보 — 균형의 자리
자료제공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권익을 제대로 살피려면 자료가 필요합니다. 인사, 임금, 근로시간, 복리후생, 제도 변경과 관련된 자료가 없으면 지회는 조합원에게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료제공 문제는 언제나 민감합니다. 조합원의 개인정보가 있을 수 있고, 농협 내부 자료나 경영상 자료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인사고과, 임금, 평가, 배치와 관련된 내용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지회는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했고, 사측은 개인정보와 내부 자료 보호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회 입장에서는 “자료가 있어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고, 사측 입장에서는 “자료 제공에는 범위와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결국 21조 자료 열람·복사 편의 제공 쟁점은 단순히 문서 몇 장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권익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동시에 개인정보와 내부자료 보호 원칙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균형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 쟁점도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휴가와 근로시간 — 현장 운영과 맞닿은 자리
연차휴가와 근로시간 관련 쟁점도 남았습니다.
휴가는 조합원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농협 현장에서는 지점 인력, 업무량, 계절성 업무, 고객응대, 대체근무 문제와 늘 함께 연결됩니다. 지회는 조합원이 정당하게 휴가를 사용하고, 근로시간과 휴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휴가가 규정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눈치를 보며 사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권리가 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사측은 업무 공백과 현장 운영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쟁점은 법 조항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문구 하나가 중요했습니다. “보장한다”는 표현을 쓸 것인가, “협조한다”는 표현으로 둘 것인가,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라는 단서를 어떻게 둘 것인가, 휴가 사용과 근로시간 운영에서 지회의 확인 절차를 어떻게 넣을 것인가. 이런 차이가 실제 현장에서는 크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66조 연차휴가와 87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쟁점은 끝까지 쉽게 합의되기 어려웠습니다.
인권보호와 직장 내 폭력 — 방향은 같아도 문구가 어려웠던 자리
직장 내 폭력, 괴롭힘, 성희롱·성폭력, 고객에 의한 폭언과 폭력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이 영역은 지회가 매우 중요하게 본 부분입니다. 조합원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혼자 감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회가 요구한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 고객에 의한 폭언·폭력에도 조직이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절차와 보호조치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원칙적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단체협약 문장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어떤 행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조사 절차는 어떻게 둘 것인가,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조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고객에 의한 폭언과 악성민원에 농협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산업안전·고충처리·인사절차·관련 법령과 단체협약 조항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 이런 부분은 매우 섬세했습니다.
너무 약하게 쓰면 현장에서 쓸 수 없습니다. 반대로 너무 넓게 쓰면 실제 운영 과정에서 해석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76조 인권 보호, 104조 고객에 의한 성폭력 방지, 106조 농협 내 폭력 행위 근절, 108조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123조 고객 폭언 등에 대한 노동자 보호 — 이 다섯 조항은 방향은 분명했지만 문구를 합의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논의가 헛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최종 단체협약에는 직장 내 폭력, 괴롭힘, 성희롱·성폭력,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와 관련된 여러 기준이 일정 부분 포함되었습니다. 모든 요구가 원안 그대로 들어가지는 않았더라도, 안전한 일터를 위한 기준은 문서로 남았습니다. 남은 것은 그 기준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입니다.
쟁의 중 신분보장 — 노사관계의 가장 민감한 자리
쟁의행위와 관련한 신분보장, 책임 문제도 남은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이 부분은 단체협약에서 매우 민감한 영역입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정당한 조합활동이나 쟁의행위에 대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 중요합니다. 조합원이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계, 인사상 불이익, 민·형사상 책임 부담을 걱정하게 된다면 노동3권은 실제로 위축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쟁의행위의 정당성, 절차, 책임 범위, 업무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합니다.
그래서 이 영역은 문장 하나가 매우 무겁습니다.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표현을 어디까지 쓸 것인가, “정당한 조합활동”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쟁의 중 인사조치 제한을 어디까지 둘 것인가, 노사관계의 긴장 상황에서 어떤 기준을 문서로 남길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히 한 조항을 넣느냐 빼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향후 노사관계에서 조합원이 얼마나 안심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가와 연결됩니다. 동시에 사측도 법적 책임과 운영상 부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157조 쟁의 중 신분보장 쟁점은 끝까지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10월 31일과 11월 19일, 본교섭으로 넘어가는 결정
10월 14일 본교섭 이후, 노측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사측이 제시한 미합의 조항 의견서를 검토하고,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을 다시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10월 31일자 「노조 4차 수정안 미합의 전체」였습니다. 이 문서는 그 시점까지 노측이 만든 수정안 중 가장 정제된 것이었습니다. 이미 1차 수정안(8월 30일), 긍정검토 조문 노측 수정안(9월 2일·9월 5일), 전제조항 정리(9월 8일)에 이어 네 번째였으니, 노측이 미합의 영역에서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양보할 수 없는지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문서였습니다.
이 4차 수정안에서 노측은 사측이 요구한 두 가지 — “심플하게 가자”는 요구와 “규정 적용 우선”이라는 입장 — 를 다시 한 번 받아들이려 노력했습니다. 표현을 줄이고, 절차를 단순화하고, 일부 조항은 사측 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줄일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11월 19일 제11차 실무교섭이 열렸습니다. 회의는 40분 만에 끝났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이, 미합의 조항의 운명을 결정한 시간이었습니다.
회의의 시작에서, 류동연 조직실장은 노측 5차 수정안 — 누락된 조문에 대한 추가 수정안 — 을 먼저 정리했습니다. 누락 조항 중 일부는 사측 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고, 일부는 노측이 다시 한 번 표현을 다듬었습니다. 14조 조합원 교육시간과 21조 자료 열람·복사 등 몇 개 조항은 여전히 다듬어야 할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류동연 조직실장이 솔직하게 한 마디 했습니다.
“다른 더 진전 사항이 없다는 거죠. 그러면은 저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실무 교섭에서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본교섭에서 하시죠. … 노동조합 활동에서 오히려 자꾸 이제 서로 간에 노사 간에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은 우리도 없애는 게 맞거든요. 근데 지금 그런 면에서부터 단순한 문구 하나가 아니라 그런 부분들은, 노동조합에서도 저희 실무 그리고 이제 사업장 차원에서 받을 수 있고 안 받을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류동연 조직실장, 11차 실무교섭(2025.11.19)
이 발언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습니다. 실무교섭의 시간은 끝났다는 것입니다. 11차례에 걸쳐 실무 교섭위원들이 한 조문씩 짚어가며 좁힐 수 있는 만큼 좁혔지만, 끝까지 좁혀지지 않은 자리들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들은 더 이상 실무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정리된 본교섭 안건은 14개 조항이었습니다. 이 14개가 마지막 본교섭의 안건이 될 것이었습니다. 회의가 끝나며, 12월 2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제7차 본교섭을 열기로 결정되었습니다.
12월 2일, 마지막 본교섭의 자리
제7차 본교섭은 45분 동안 진행된, 미합의 쟁점이 마지막으로 정면에서 부딪힌 자리였습니다.
이정호 부울경본부장의 인사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벌써 12월 2일입니다. 저희들이 올해 단체 협약 갱신을 하자고 자리를 마련한 지가 한 6개월 이상이 흘렀습니다. 본교섭 7차에 실무 교섭 수차례 만난 자리는 10차에 걸쳐서 했는데 아직까지 열매가 아직 정확하게 만들어지지가 않습니다. 남은 기간 사측 노측 서로 승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 단체 협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측도 한 60%만 이기고 노측도 60%만 이긴다는 그 정도 내용에서 서로 양보를 하는 차원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정호 부울경본부장, 7차 본교섭(2025.12.02)
“60%씩만 이기자”는 이 표현이, 7개월 단체교섭의 마지막 본교섭의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한쪽이 100% 이기는 협상은 없습니다. 노사가 각자 60% 정도씩 자기 입장을 관철했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합의입니다.
이날 류동연 조직실장은 14개 미합의 조항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발표했고, 그중에서도 핵심 4개 조항 — 13조, 14조, 17조, 19조 — 즉 노동조합 활동의 실질적 보장에 관한 조항들을 집중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앞서 다룬 사측 함대영 상임이사와 사측 노무사의 입장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습니다.
그날 회의의 결론도 그 인식을 반영했습니다. 핵심 4개 조항은 본교섭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사측이 내부 검토를 거쳐 다시 안을 만들어오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조항들 — 21조 열람·복사, 66조 연차 휴가, 76조 인권 보호 등 — 은 실무에서 한두 차례 더 만나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본교섭은 다음 주 수요일에 한 번 더 열기로 했습니다.
미합의 쟁점은 지회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조합원 여러분께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미합의 쟁점이 있었다는 것은 이번 교섭이 부족했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미합의 쟁점은 지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지회는 조합활동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조합원 교육과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복리후생과 생활 안정의 기준이 더 분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자료 없이는 조합원의 권익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휴가와 근로시간은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직장 내 폭력과 고객응대 문제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조직의 책임이 분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당한 조합활동과 쟁의행위에 대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한 번의 교섭으로 모두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다음 노사협의회에서 다시 다룰 수 있습니다. 단체협약 운용 과정에서 사례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의견을 모아 다음 교섭 요구안으로 다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공문, 질의, 협의, 교육, 브리핑을 통해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미합의 쟁점은 끝난 문제가 아니라, 지회가 계속 붙들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번 교섭의 의미는 남은 과제까지 기록하는 데 있습니다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사람들은 보통 “무엇이 합의되었는가”를 먼저 봅니다. 물론 합의된 내용은 중요합니다. 최종 단체협약은 조합원에게 적용되는 기준이고, 지회가 현장에서 활용해야 할 문서입니다.
하지만 지회는 합의된 내용만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합의되지 못한 쟁점도 기록하겠습니다. 다만 사람을 겨냥하지 않고, 쟁점을 설명하겠습니다.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과정을 남기겠습니다.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지회가 왜 그 문제를 중요하게 보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그래야 다음 교섭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조합원 여러분도 지회가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남겼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단체교섭은 완벽한 결과만을 남긴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성과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문서로 남은 조항도 있었고, 다음 과제로 남은 쟁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기록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미합의 쟁점은 지회의 부족함만을 보여주는 기록이 아닙니다. 앞으로 지회가 다시 묻고, 다시 설명하고, 다시 요구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12월 2일 7차 본교섭 이후, 어떻게 잠정합의에 이르렀고 2026년 1월 21일 최종 단체협약이 어떻게 체결되었는지를 풀어드리겠습니다.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한 기록입니다.
중울산농협지회